사진 한 장 보고 바뀐 여행
인덕왜왕릉(仁德倭王陵)
닌토쿠 천황릉 (다이센 고분)
착륙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와 비행기 창 밖을 내다 보니
바다 위 간사이 공항이 보인다.
간사이 공항 도착
오사카 여행을 위해서 이번엔 일본 간사이 공항으로 입국
숙소가 있는 오사카 난바로 가야 한다.
간사이 공항 철도역
그런데..
여기서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된다.
공항철도역 벽에 붙은 저 사진
아니 뭐지?
일본에 저런 곳이 있었나?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사카이에 있는 '닌토쿠천황릉'이라고 검색된다.
(한국인으로서 왠지 '천황'이라 부르는 게 좀 그래서
이후 닌토쿠의 한자 표기인 '인덕릉'으로 부르겠다.)
보니깐 사카이는 오사카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 저 곳을 들렀다 가 봐??
그래서 난 그렇게 예정에도 없던 사카이를 방문하게 되었다.
공항철도를 타고 사카이 도착
사카이역 앞 지도를 찍은 사진
역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난 그냥 걷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인덕릉을 본 후에 오사카로 갈 때는 굳이 여기로 다시 돌아올 필요없이
인덕릉 옆의 사카이히가시역에서 바로 타면 될 것 같았다.
일본은 갈 때마다 느끼지만 참 단정하다는 느낌이다.
중간중간 안내 표지판이 있어서 찾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해자가 보이는 것을 보니 인덕릉에 다 온 모양이다.
하지만 다 왔다고 생각해도 역시 세계 최대 규모의 능이라서 그런지
해자 주위를 꽤 걸어야 했다.
드디어 인덕릉 입구에 도착
하지만 이것이 전부였다.
인덕릉은 개방되어 있지 않아서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안내 표지판에 항공 사진이 있길래 찍었다.
사진 뒷쪽에 위치한 고분이 세계에서 제일 넓은 무덤으로 16대 닌토쿠 천황의 무덤이고
앞에 조금 작은 무덤은 17대 리추 천황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무덤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주변으로 여러 개 몰려있다.
마치 열쇠구멍처럼 생긴 이 무덤들은 그 형태를 따서 전방후원분이라고 했다.
즉, 앞은 사각형 모양이고 뒤는 원의 형태라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전방후원분..그러고 보니 국사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이 전방후원분은 세계적으로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양식의 무덤이다.
게다가 인덕왜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위 사진에서 제일 큰 무덤은
규모로만 본다면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무덤이라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보다도 중국의 진시황릉 보다도 그 크기만 놓고 보면 훨씬 더 크다고..
음..여기서 갑자기 의문이 든다.
이 전방후원분은 일본에서도 3세기에서 7세기까지만 나타나는 고분양식이라고 한다.
그 시기에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였고
일본은 이때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특히 백제에서 문물을 받아 문화를 발전시킬 정도로
우리 생각에는 아직 미개한 국가라고 이제껏 배워왔는데
이렇게 세계 최대의 능을 만들 정도라면
이미 일본도 강력한 지배체제를 갖춘 국가가 성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사실 무덤이 크다고 무조건 당시 더 발전된 국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보통 고대사회에서는 왕릉의 규모가 그 나라의 국력을 말해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만약 당시 일본이 백제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면
무덤 양식도 백제의 것을 따라야 할 것이다.
아..그런데..뭐지?
하지만 이 전방후원분은 백제의 무덤 양식은 아니다.
물론 자료를 찾다보니 한반도에서도 이러한 전방후원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그 규모는 안습
전남 광주 월계동의 전방후원분이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대표적인 전방후원분으로 이러한 무덤은
주로 남해안과 영산강 일대에 걸쳐 있으며
그 조성시기는 5세기-6세기 중반 정도까지라고 한다.
일본의 전방후원분은 3세기부터 등장하므로
일본의 전방후원분이 한반도보다 더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규모나 기술적 측면에서도 우위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이 무덤 양식이 건너갔다기 보다는
오히려 일본에서 한반도로 건너왔다고 보는게 더 맞는 것 같다.
게다가 무덤에서 발굴되는 유물도 왜의 유물 양식이라고 한다.
즉, 한반도 남해안과 영산강 일대는 어쨌거나 왜의 세력이 존재했다는 것이 된다.
만약 이 무덤양식의 백제의 것이라면 일본의 것보다 앞서서 이러한 무덤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성백제 시대의 무덤이 나와야 하는데
사실 한성백제는 그 왕성이 어디 있는지 조차도 제대로 모른다.
현재는 서울의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왕성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데
이 인덕릉의 규모가 워낙 커서 왕성이라고 하는 풍납토성과 맞먹을 정도이다.
한성백제의 왕성이 왜왕의 무덤 크기밖에 안 된다면..당시 한성백제는 얼마나 초라한 국가라는 것인가 ㅠㅠ
여하튼 이 전방후원분에 대해서 검색해 보면 아직까지는 딱 부러지게 반박할 만한 자료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한국측에서는 생까고 있는 중
아래 링크는 이 전방후원분에 대한 관련글이다.
딴지일보에 기고된 한국의 전방후원분에 대하여
http://www.ddanzi.com/doctuCulture/12775204
그리고 아랫글은 좀 더 전문 분야의 학자분이 쓰신 글이다.
http://legacy.h21.hani.co.kr/section-021163000/2008/06/021163000200806050713022.html
https://news.v.daum.net/v/20190324093601493
인덕 왜왕릉 (닌토쿠 덴노의 무덤)의 입구
일본은 '닌토쿠 천황릉'이라고 하지만 피장자가 정확히 확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명을 따서 '다이센 고분'이라고도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지금도 이곳에서 절을 한다.
인덕릉 앞에 조성된 다이센 공원
다이센 공원 주변으로 전부 크고 작은 전방후원분이 상당히 많았는데
구글 위성 지도로 보니 '나라' 지역까지 상당히 넓은 지역에 이러한 전방후원분이 산재해 있었다.
무덤의 해자를 따라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나도 온 김에 해자를 따라 걸어 보기로 한다.
걷다 보면 워낙 넓은 공간이라 무덤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그냥 작은 언덕 정도..
인덕을 좀 더 잘 보고 싶어서 사카이 시청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카이 시청 전망대는 무료 개방 된다고 하길래 옳다구나하고 거기로 향했다. ㅎ
사카이 시청
사카이 시청 전망대 내부
사카이 시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덕왜왕릉(다이센 고분)
그냥 언덕이다.
진짜 누가 말 안 해주면 무덤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전망대를 둘러보면 중간 중간 언덕이 보이는데 그게 모두 무덤이다.
일본은 이러한 전방후원분이 고분시대를 통틀어 거의 2천기 정도나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왜 일본 역사를 분류하면서 고분시대라고 명명했는지 알 만했다.
특히나 이러한 전방후원분은 8세기 이후가 되면 일본에서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시청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사카시의 모습
어쨌든 이렇게 사진 한장에 예정에도 없던 사카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역사적 충격도 받았고..
뜻밖의 나의 사카이시 여행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제 숙소 체크인을 위해 오사카 난바로 이동한다.
이든의 배낭기
아래는 나의 태국 여행기 (사진 클릭)
https://www.wishbeen.co.kr/plan/02bd3f5a1db2f8fc?ifId=1c04eecca26728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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