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은 틀리고 '며칠'만 맞다는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난 의문이 든다.
몇 년, 몇 월, 몇 일/며칠
규칙성을 생각하면 '몇 일'이 맞을 것 같지만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의하면 '며칠'만 맞다.
띄어 쓴 '몇 일' 이나 붙여 쓴 '몇일' 모두 없는 단어라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국립국어원의 맞춤법 조항에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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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항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리거나 접두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붙임 2] 어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도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 ‘며칠’은 ‘몇 년 몇 월 몇 일’처럼 ‘몇’이 공통되는 것으로 인식하여 ‘몇 일’로 쓰는 일이 많다. 그러나 ‘몇 일’이라고 하면 [며딜]로 소리가 나야 한다. 이러한 점은 ‘몇 월’이 [며둴]로 발음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발음은 [며칠]이라서 ‘몇일’로 적으면 표준어 [며칠]을 나타낼 수 없다. 따라서 ‘몇’과 ‘일’의 결합으로 보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며칠’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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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규정에 따라 '며칠'만 맞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난 위 규정에 대해 의문이 든다.
'맛있다'의 경우 표준 발음은 [마딛따/마싣따] 둘 다 맞다.
이는 사람들이 모두 [마싣따]로 발음하면서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난 여기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맛있다[마싣따]로 발음이 돼도 표기는 여전히 '맛있다'이다.
이를 발음에 따라 '마싣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이런 논리라면 발음이 [며칠]이라고 해도 '몇 일'로 적을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국립국어원에 문의를 해봤다.
그러나 답변은 보다시피 그냥 맞춤법 규정만 다시 보여줄 뿐 의문을 해소해 주지는 못했다.
아래는 내가 국립국어원에 질문한 내용이다.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85198&pageIndex=1
아래는 국립국어원 답변
국립국어원의 답변은 '몇 일'로 표기하면 [며딜]로 발음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기존 내용만 되풀이했다.
내가 질문한 '맛있다'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경상도에서는 [며칠]이 아니라 [며딜]로 발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실제 상황에서 [며딜]로 발음한다면 '몇 일'을 인정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맛있다'가 [마딛따/마싣따] 둘 다 인정하듯이 말이다.
그러면 그걸 다시 표기까지 바꾸어 꼭 '며칠'이라고 적어야 하는가?
또한 국립국어원의 이전 답변은 'ㄴ첨가'가 일어나
발음이 [며딜]이 아니라 '몇 일'은 [면닐]로 발음나야 한다고 했었다.
국립국어원에서 조차도 답글이 서로 다른 것이다.
사람은 꼭 규칙대로 발음하는 게 아니다.
'맛있다'를 [마딛따]보다 [마싣따]로 더 많이 발음하는 것처럼
'몇 일'도 [며딜]보다 [며칠]로 더 자주 발음하여 그렇게 굳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국립국어원에서 규칙을 들먹이며 '몇 일'은 틀리고 '며칠'만 맞다고 정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와 관련 자료를 찾다가 나무위키에 '며칠'에 관한 내용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니깐 나만 그런 의문을 가진 게 아니었다.
나보다 이미 이런 생각을 갖고 나무위키 '며칠' 문서에 이런 의문을 아주 잘 제시해 놓았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이 나무위키 글 좀 읽어보시면 좋겠다.
https://namu.wiki/w/%EB%A9%B0%EC%B9%A0
이든의 배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