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성 태산을 향해
칭다오에서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 했다.
아침 기차인데, 생각보다 유스호스텔에서 역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달리고 또 달려서 간신히 시간맞춰 기차에 올라탔다.
워낙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표를 제시하고, 어떻게 플랫폼을 찾고, 어떤 것이 태산가는 기차였는지,
그냥 쌩하니 그렇게 정신없이 헤맸는데, 어느덧 난 태산가는 기차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달하면 어찌 되긴 되는가 보다..
칭다오에서 탄 기차는 태산을 향해 약 6시간 정도 달려간다.
중국 열차 내부의 모습
중국의 기차는 워낙 다양해서 도통 어느게 어느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청도-태산간 일반기차 요금은 130원 정도 나와있는데, 난 여행사를 통해 55원에 발권했다.
절반이나 요금이 싸서 좋기는 한데,
예상 보다 너무 싸니깐 기차 등급이 너무 낮아서 불편할까봐 내심 걱정된다.
다행히 내가 받은 좌석은 통로가 아니라 침대칸으로 변신(?)이 가능한 쪽 자리다.(사진 오른쪽)
위 사진처럼 통로쪽에는 정말 뚱뚱한 사람은 앉지 못할 정도로 작은 의자가 있는데,
아..나보고 저 통로쪽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앉아 6시간 가라면 못갈 듯 싶다.
하지만 중국 친구들은 능수능란한 듯..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별로 불편한 점이 없다는 듯 저렇게 잘 가고 있다.
두보가 태산을 생각하며 지었다는 시 '망악'이다.
기차안에서 만난 그녀에게 시낭송을 부탁했다.
기차에서 만난 중국사람들과 함께
왼쪽의 아주머니는 아들이 한국에 유학가 있다고 한다.
근데, 내가 중국인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한다..첨 봤을때부터 외국인 같았다고..
동남아 여행하면 항상 얼굴이 너무 타서 현지인 취급받아서 좀 그랬는데,
막상 한국인이랑 얼굴이 거의 같은 중국에서는 외국인으로 본다니..쩝
이게 좋은 건지 나쁜건지..
산동성 태안시 태산역
드뎌 태산역에 도착
와우~ 중국은 뭐든지 크다!
태산시는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역의 규모는 장난 아니게 크다.
역시 대륙~
역에서 바라본 태산역 앞 광장
날씨가 흐린게 아무래도 걱정이 많이 된다.
이 길로 바로 태산에 등반할 예정인데, 중간에 비라도 오면 골치 아픈데..
태산역에서 지도를 보고 무조건 태산의 입구인 대묘를 향해 찾아간다..
무조건 걷고 본다..버스를 어떻게 타는지 알길이 없다.
청도에서 만나 태산 여행을 같이하게 된 중국인 준우조차도 자기 동네 벗어나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른다고..
역에서 한참을 걸으니 시장이 나온다..역시 시장을 봐야 그 나라 사람 사는 모습을 보는 듯..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기 위해 상점에 들어갔는데, 준우 대신 내가 물건 사는 것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계속 준우가 다 알아서 했기 때문에, 짧게나마 오기 전에 배운 중국어를 써먹을 기회가 없었던게 무지 아쉬웠거든.
콜라 주문까지는 잘 했는데, 이게 냉장이 안되어서 뜨뜨 미지근하다..
나도 모르게 중국식 성조만 넣어서 한국말이 튀어나온다..ㅎㅎ
내가 한 말은 '찬거' ..ㅋㅋㅋ 아니 중국 사람에게 '찬거'라고 성조만 넣는다고 말이 되냐구..
근데..신기하게도 그 상점 아줌마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냉장고 쪽으로 날 안내해준다..
와우..신기신기..아무래도 내 표정을 보고 읽은 것이겠지??
나보다 같이 간 준우가 더 놀라워한다..나의 엄청난 엉터리 중국어 실력에..
고구마깡??
이거 먼지 펄펄 날리는 길거리에서 만들고 있엇지만, 그래도 너무 맛있다..
한끼 식사도 될 만큼 배부르고..가격도 엄청 싸고..역시 중국 음식은 길거리 음식이 쩐하오!!
드디어 대묘를 찾았다.
가는 내내 입에는 길거리에서 산 군것질 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묘 구경보다 이것저것 사먹는 재미가 더 좋다.
대묘방 앞에서
이번 여행에서 준우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당연 중국말 못하는 나를 위해 모든 굳은 일 다 알아서 도와주고,
중국만큼 영어가 안통하고 무질서한 나라가 없었기에,
준우가 없이 내가 태산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도 낯선 나라에서 혼자하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준우가 있어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을..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대묘를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태산에 오르고 싶다.
오늘 태산 중턱인 중천문까지 올라야 거기서 숙박을 할 수 있을테니..
대묘를 빠져 나오니 저멀리 태산이 보인다.
발걸음을 재촉해야겠다.
오늘밤 여기를 올라 길을 잃지 않고 태산에서 하룻밤 묵으려면.
태산이 높다하되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겠으니..
張國榮 - 有心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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