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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싫어하는 '고수'

Eden Choi 2008. 12. 9. 06:19

 


한국인들은 싫어하는

'고수'




이 고수가 아닙니다.^^



내가 말하는 고수는 ..


고수

Coriander, Cilantro, Pak Chee, Xiangcai

 


태국 여행에서 만난 Steve에게 식당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There are two very different types of people in the world,

those who love coriander and those who hate it."

세상에는 딱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내가 한국에만 있었다면 도대체 무슨 말이냐 했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왜 저렇게 말하는지 심히 공감이 갔다.

그래서 얘기를 듣자마자 스티브에게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배낭여행을 다니다 보면 주로 길거리에서 국수류의 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간편하면서도 값싸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대부분 잘 맞기 때문이다.

근데, 내가 고수를 첨 맛 본 것은(사실 그 전에는 '고수'라는 향신채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지만)

대만 타이페이역 지하 노점에서 파는 어묵 국물에서였다.

느끼한 중국음식에 적응하지 못해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몇끼를 떼우고 있을 때쯤, 이 어묵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사실, 우리나라의 오뎅과 같은 맛이 나는 어묵은 아니었지만..

(일본말이라고는 하지만, '어묵'이라고 포장되어 나오는 것과 길거리에서 파는 '오뎅' 사이에는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다.

왠지 오뎅이라고 해야 그 제대로 된 국물 맛이 나는듯 ㅋ)

그래도 그나마 '이게 어디냐' 하며 맛있게 먹으면서 국물을 주길래 별 생각없이 마셨는데, 나도 모르게 '윽' 하고 내뱉었다.

뜨거워서가 아니라 국물에 담긴 몇 안되는 풀조각 때문이었다.

잘게 썰어서 '파'인줄 알았는데, 그게 바로 '고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태국 여행을 갔을 때, 난 이 고수를 다시 만나게 된다.

길거리에서 국수를 시켰는데, 허걱 그 타이페이처잔에서 맛봤던 그 풀이 있는 것이다.

이게 냄새가 워낙 독특해서 안먹어도 금방 알수 있었다.

이 '고수'는 썩은 하수구 냄새가 나는데, 그 맛은 빨래비누와 탄 고무 씹는 맛이라고 해야할까?

하여튼 냄새와 더불어 그 맛이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환상적인 지랄맛이다.

때문에 태국가서 네번째로 배운 말은 이 '고수' 넣지 말라는 것이었다.

고수는 태국말로 팍치(pak chee)라고 하던데, 원하지 않을 때는 '마이싸이 팍치(팍치 넣지 마세요)'라고 했다.

 

 

 

팍치를 올린 태국 국수

  

근데 이 팍치를 중국 여행가서 또 보게 될 줄이야

보아하니 태국보다 오히려 중국이 더 팍치를 즐겨하는 듯 하다.

음식에 이게 들어가지 않으면 완성의 미학이 없다나?

중국으로는 샹차이(香菜)라고 하던데..ㅋ '샹차이 빼주세요'는'不要香菜 부야오샹차이'라고 하면 된다.


아..그리고보니 멕시코 여행가서도 이 지겨운 샹차이를 또 만나게 된다.

아시아에서는 주로 국물 있는 음식에 고명처럼 얹어서 나왔지만,

멕시코에서는 가장 자주 먹었던 따꼬스에도 종종 들어가 있어서 '울며 겨자..아니 울며 샹차이 먹기'를 해야만 했다.

 국물이 아니라서 후후 불어서 따로 빼고 먹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근 스페인어로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실란뜨로(Cilantro)라고 한다.

다행히 이게 지역마다, 식당마다 또 만드는 사람마다 틀려서 항상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식당가서 음식 주문하면 No Cilantro를 외쳤다.

영어로는 Coriander라고 하지만, 영어권에서도 이미 Cilantro라는 단어가 정착된 듯 보였다.

여하튼 영어로 '고수 빼주세요'는 'Hold coriander, plz' 라고 하면 된다.

 

근데..최근에 와서 문제가 생겼다. 계속 이렇게 빼달라고 하니깐 그것을 이해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여행가는 곳곳마다 이 '고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바꾸어 말하면 그곳의 많은 사람들이 이 '고수'를 즐겨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이 '고수'를 못먹는 나를 보고 이해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이 '고수'를 무진장 싫어해서 내편이 있다는 것에 그나마 만족했다.

혹자는 한국사람 99%가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한국사람 중에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여행하면서 고수 넣어달라고 하는 한국 친구도 봤고, 개인적으로 우리 이모도 이 고수 무지 좋아한다.

심지어 텃밭에 심어놓고 길러서 따 드시기 까지..헉..

 

정말 '세상에는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이렇게 딱 두 종류만 있는 모양이다.

난~ 고수가 싫을 뿐이고..

 

이든의 배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