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마지막날..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가사키에 가있어야 했지만,
어디 여행이 내가 계획한 대로 되었던가..
함께 여행했던 현우를 후쿠오카 공항에 마중하고 점심먹고 나니 어느덧 오후가 되어버렸다.
남은 반나절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계획도 없이 무작정 고쿠라로 왔다.
고쿠라역 小倉駅
그냥 조그만 소도시인줄 알았는데..헐
엄청크다..
알고보니, 고쿠라(小倉)는 모지(門司), 도바타(戶畑), 야하타(八幡), 와카마쓰(若松)와 병합해서 만든 기타큐슈(北九州市)시의 일부로서,
혼슈에서 규슈섬으로 들어오는 관문역할을 하기에 규슈 제1의 도시 후쿠오카보다 역의 규모가 더 컸다.
짧은 일정이라 고쿠라성과 리버워크만 둘러보기로 하고,
가이드북에서 봤던 리버워크를 이정표로 삼아 무작정 걸었다..
고쿠라 아케이드거리
지도를 보니 큰길로 가는 것 보다 여기를 통과해 가면 빠를 것 같다..
추운 날씨에 추위도 피할겸 구경도 할겸 이 거리로 들어갔다.
리버워크 Riverwalk
후쿠오카의 캐널시티를 설계한 건축가가 이곳도 설계했다고..그래서인지 스타~일이 살짝 비슷하다.
근데..후쿠오카에서 출발을 넘 늦게 했다..
이미 해가 지기 시작..
고쿠라성이 보인다..
엄청나게 큰 리버워크 건물옆에 조그맣게 남아있는 고쿠라성..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또 그래서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저멀리 다리의 불빛이 날 부른다..
일부러 저곳으로 돌아서 고쿠라성을 향했다.
고쿠라성 입구에 도착..
오..기차가 예쁘다는..
생각은 잠시뿐..
다들 쌍쌍 연인들인데..난 혼자서..외롭고, 춥고, 배고프고..ㅠㅠ
누구 이 기차 같이 탈 사람 없어요?
더 해지기 전에 고쿠라성을 둘러보기로 한다.
이미 늦어서 천수각내부는 볼 수 없겠지만
야경이라도 찍어볼 요량으로..
빛이 갈라지게..
이번 여행에서 카메라 조작법을 쵸큼 배워서 이제 빛이 갈라지게 찍을 수 있다..으쓱ㅋㅋ
그리고 간간히 눈발이 날린다..
아..
이때 누군가 옆에 있다면..
혼자서 여행 무지 잘 다녔는데, 이번 여행은 누군가 함께 하다가 혼자 남아서 그런지
자꾸만 사람이 그립다.
오호~
아까 그 기차가 이렇게 성안으로 들어오는 구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은 아주 세심한 것까지 잘 활용해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이미 문을 닫은 고쿠라성 천수각
눈발이 더 날리기 시작하니 진짜 을씨년스럽다.
이제 후쿠오카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는데..
어디서 바이올린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이미 너무 어두워서 살짝 무서워질려고까지 하네..
고쿠라성의 4중주..
아니, 세상에~
이 추운날..불빛도 없는 이곳에서 그들은 연주를 하고 있었다..
아니 왠 달밤에 체조? 아니 연주?
하지만 나는 그들의 연주에 이미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추운날 왜 여기서 이렇게 연주하고 있냐고 궁금해서 물어보니깐
같은 대학을 졸업한 그들은 직장인이 되어 각각 다른 도시로 떠났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같이 이곳에 여행을 왔다.
모두 음악을 전공했기에, 모처럼 만난 지금 옛추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연주를 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일부러 아무도 없는 이 고쿠라성을 찾아 연주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날 위해 한곡 연주를 부탁했다.
날이 너무 추워서 모두 손가락이 얼었고, 불빛도 없어서 중간중간 음이탈이 발생했지만
난 그들의 음악에 감동받았다.
오늘 처음 만난..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낯선 이방인..
그들은 그런 나 혼자만을 위해 한순간의 주저없이 4중주를 보여준다.
연주가 끝나고..
그들과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워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리버워크의 한 커피샵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내말을 100%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한시간 넘게 난 그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ㅋ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주 오래된 친구들 같다..
나의 여행이란게 이런 재미때문에 자꾸 중독이 되는 것 같다..
후쿠오카에 숙소를 정해놓았기에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시 고쿠라역으로 돌아왔다.
고쿠라 가는 방법은 이전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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