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릉(淸東陵)
청나라 제6대 황제 건륭제의 유릉(裕陵)
소나무 숲 사이를 지나가니 이렇게 내 눈앞에 청나라 황릉이 나타난다.
와~
정말 고생고생..게다가 택시기사 바가지까지 써가며 온 보람이 있구나!
사후 자금성이라는 말처럼
베이징의 자금성에서나 봄직한 그런 건축물들이
청동릉 입구에서 1km넘게 들어와서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건륭제 유릉의 비각
비각 안에는 커다란 거북 비석이 있다.
이제 자금성에서 그랬던 것처럼 금천교를 지나 황릉으로 들어갈 차례
말이 무덤이지 진짜 궁궐의 구조나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건물들이 많이 낡았다.
게다가 이곳 유릉은 현재 보수 중이었다.
이곳은 경복궁으로 치면 근정전쯤 되는 곳으로 봐야 할까?
근데 잘 관리된 명13릉에 비하면 이곳 청동릉은 정말 관리가 부실한 상태
곳곳에 부서진 파편이 나뒹굴고 건물은 색이 바랬다.
아무래도 같은 한족 왕조가 아니라 만주족이 세운 왕조라 그런걸까?
그래도 난 명13릉보다 여기가 한층 더 흥미로웠다.
어쨌든 다시 문을 건너 건륭제가 잠들어 있는 지하궁전으로 향했다.
지하궁전의 입구가 보인다.
이 석조물들은 실제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되었다고.
드디어 건륭제의 지궁 입구
이때가 엄청 더울 때였는데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팍 밀려온다.
외부와 온도차가 상당한 듯하다.
지궁에 있다가 나왔을 때 안경에 서리가 낄 정도였으니깐.
지궁 내부의 입구는 이렇게 꾸며져 있는데 불교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두꺼운 돌문을 두 개나 지나고 나면 건륭제의 관이 나타난다.
하지만 청나라 황릉은 대부분 도굴을 당했기 때문에 내부의 소장품은 남아 있는 게 없고
이렇게 덩그러니 관만 남아 있다.
관 위에 건륭제의 초상이 있다.
청나라 제6대 황제 건륭제(乾隆帝)
본명은 애신각라홍력(愛新覺羅弘曆)이며, 묘호는 고종(高宗)이다.
청나라는 우리와 같은 동이 계열인 만주족이었고 신라와 같은 금(金)씨의 후손이었기에
(그래서 누르하치가 건국했을 때 나라 이름도 금(金), 후에 청(淸)으로 바꿈)
청나라 황제의 성씨인 애신각라(愛新覺羅)는 신라를 사랑한다는 뜻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만주어를 발음 나는 대로 중국식 한자로 옮겨 적은 것이라서
실제로는 별 관련이 없는 듯싶다.
그의 이름은 만주어로 발음하면 '아이신기료 훙리' 이렇게 된다.
그리고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에 나오는 황제가 바로 이 건륭제이다.
강희제-옹정제-건륭제로 이어지는 이 강건치세를 통해 그는 청나라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고
중국이 지금과 같은 영토(위구르, 티벳, 그리고 외몽골 등)까지 확장시킨 것도 바로 이 건륭제였다.
또한 할아버지 강희제만큼이나 장수를 하였는데 25살에 황제가 되어 재위 60년이 되는 85살에
조부의 60년 재위기간을 넘길 수 없다 하여 아들인 가경제에게 황위를 물려주었다.
그러나 태상황제로 물러난 후에도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했기에 4년 뒤 89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포함한다면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64년간 중국 대륙을 통치했던 셈이다.
하지만 뭐든지 달도 차면 기운다고..
재위 후반에 이르러 사치가 극심해 지고 비리의 온상인 '화신'이라는 신하에게 절대적 신임을 보내면서
청나라 전역에 부정부패가 만연해지게 되었고, 이는 백성들이 청조에 등을 돌리도록 하였다.
따라서 청나라가 쇠퇴의 길을 가게 만든 것도 바로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몽골이 건설한 원나라 다음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장했던 건륭제였지만
이렇게 무덤이 파괴되고 도굴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숙가황귀비의 관
건륭제의 유릉에는 2명의 황후 (효현순황후, 효의순황후)와
3명의 황귀비 (혜현황귀비, 철민황귀비, 숙가황귀비)가 함께 안장되어 있다.
효의황후의 관은 아예 도난당하고 없다.
석문과 벽면에 새겨진 부조들
유릉의 망루 뒤쪽
망루 위에서 내려다 본 유릉
다음은 건륭제의 향비와 다른 후궁들의 무덤인 유비원침으로 이동한다.
다음 편에 계속
이든의 배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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