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황릉을 보려면 이 정도 고생쯤은..
하지만 권하고 싶지는 않은
북경에서 청동릉 찾아가는 방법
스후이역(四惠站)
우선 청동릉 찾아가는 제일 편한 방법은
오전 6:30분에서 8:30분 사이에
선무문남당(宣武门南堂, the South Cathedral at Xuanwumen)이나
전문대가(前门大街. Qianmen Dajie)에서 출발하는 E투어버스를 타고 청동릉을 가는 것이다.
이것이 요금도 절약되고, 시간도 절약된다.
그러나 이 투어버스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용하므로 도저히 내가 이용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주말까지 베이징에 머물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대중교통으로 내가 직접 청동릉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주변에 물어본 바로는
청동릉에서 가까운 주변도시인 준화(駿化)시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계현시에서도 가능하다고 하길래
난 지도상 북경에서 가까운 곳인 계현(薊縣, Jixian)시로 가서
그곳에서 버스를 이용, 청동릉에 가기로 했다.
그러나 ...
여기서 부터 일이 슬슬 꼬이기 시작했으니..ㅋ
어쨌든, 준화로 가든 계현으로 가든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스후이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야 하므로,
베이징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스후이역(四惠站)에 내렸다.
사람들이 우루루 나가는 방향을 따라 역사 오른쪽으로 나가서,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 다시 왼쪽으로 가면 스후이 시외버스터미널이 나온다.
아래 지도 참조
지도에서 A가 스후이역, B라고 표시한 곳이 시외버스터미널이다.
여기 워낙 버스들이 많고, 길도 엉망이라
코앞에 두고도 많이 헷갈리는데,
역에서 나와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가면 이곳이 보인다.
하지만, 여긴 일반 시내버스 종점이고
이 곳에서 한 20-30m왼쪽으로 가면 허름한 건물하나 있다.
마치 화장실 입구처럼 보였는데, 사람들도 많아서 들어가 보니
거기가 바로 시외버스 터미널 매표소.
운좋게도 버스는 얼마 기다리지 않아 출발했다.
아마 이때가 오전 10시 전후였던 것 같다.
가능하면 이보다 1-2시간 더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계현(薊縣, Jixian) 버스터미널
베이징 스후이 버스역보다 훨씬 잘꾸며놨지만, 이게 전부다.
주변은 허허벌판에 이 건물만 덩그러니..
베이징에서 타고 온 버스는 지금 내가 사진 찍은 이곳에 세워준다.
운전기사에게 안물어봤으면 그냥 지나쳤을뻔..
자..여기서 청동릉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헐~
딱 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내가 내리니깐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가 장난이 아니다.
자꾸 그들이 청동릉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아니, 여기서 버스 있다는 것을 알고 왔는데 없다고 하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게다가 워낙 여러명이 무섭게 접근해서 달려드니 거의 돌아가실 지경이다.
결국, 내가 그들을 피해 찾아간 곳은
터미널 내에 있는 공안 사무실..
즉, 경찰서를 찾아갔다.ㅋ
하지만 달리 말이 통하지가 않으니..아이고..그래도 외국인이 '칭동링'을 외쳐대니깐
눈치까고 버스 매표소까지 동행을 해줘서 간신히 안내를 받았는데..
음..
청동릉 가는 버스가 하루에 딱 2번, 오전 10시15분, 오후 3시15분 이렇게 있다.
(오전 9시 15분이었는지 헷갈린다..)
문제는 내가 여기 도착했을때가 12시쯤 되었으니
오후 3시 15분 버스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래 남았다.
어떡하지..어떡하지
하다가 결국은 제일 끈질기게 달라붙은 한 택시기사와 흥정을 해서 청동릉까지 70원으로 쇼부를 봤다.
처음엔 거의 2배 불렀음..
하지만 역시나 이것도 함정이 있었으니..
뭐..어쩌겠냐구..
자..이제 택시 타고 청동릉으로 향한다.
뭐, 서로 말은 안통하지만 손짓발짓 한참을 얘기했다..무슨말인지도 모르고..
뭐..신호도 별로 없지만 있어도 거의 지키지 않기 때문에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는데
진짜 생각보다 엄청 멀다..
처음에는 70원이 엄청 바가지 쓰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이 거리면 그 정도는 줘야 되겠다고 생각이 든다.
청동릉 입구의 매표소
택시는 날 여기 내려준다.
다행히 택시기사에게 부탁해서 내 국제학생증 보여주고, 120원짜리 통표를 50%할인받아 60원에 구입했다.
덕분에 돈을 좀 절약했고, 생각보다 먼거리였기 때문에 너무 깍은 것이 미안해서 팁이라도 줄려고 잔돈 꺼내는데..
택시기사가 다시 흥정을 시작한다.
여기서 실제 무덤입구까지 이동하는데 돈을 더 내라고 한다.
뭐야?
나는 청동릉 실제 무덤 입구까지 계약한 것인데..
뭐, 말이 안통하니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고
왠지 속았다는 생각이 드니깐 그냥 열받아서 그럼 걸어가겠다고 무작정 걸었다.
택시기사도 그럼 알아서 해봐라는 식으로
붕~ 가버리고..
입구의 청동릉 지도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서 있는 지금 이곳에서
위 지도상의 청동릉의 입구인 석패방까지도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그 석패방에서 서태후의 무덤까지도 또 몇킬로..헐~
역시 대륙이다.
끝도 없는 이길을 인디아나존스나 된 것처럼 의무감으로
무덤을 찾아 걷고 또 걷고
소서릉
여기쯤 걸어오니깐 날 태웠던 택시가 다시 찾아왔다.
아직도 청동릉까지 엄청 머니깐 택시타라고..그리고 돈을 50원까지 깍아준다.
이 곳 소서릉은 청동릉 밖에 있는 무덤이다.
그러니깐 2Km 가까이 걸었는데도 아직 난 청동릉 입구에도 못들어간 것이다.
지도를 보고 대충 상황 파악이 된 나는
못이기는 척 그 흥정을 받아들이고 다시 택시를 탔다.
다시 택시타고 이동하니깐 이제서야 지도에서 봤던 청동릉의 입구 석패방이 보인다.
대홍문을 지나고
신도도 지나고
마지막으로 용봉문을 지나서야
택시는 날 건륭제의 유릉 앞에 세워주고 가버린다.
이곳이 지하궁을 관람하기에 제일 좋긴 하지만,
청동릉을 관람하기 시작하는 코스로는 정말 최악이다.
왜냐하면 무덤 위치가 내가 보고자 하는 무덤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무덤을 보려고 하면 갔다가 다시 또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만약 개인적으로 찾아간다면
강희제의 경릉 - 건륭제 유릉 - 유비원침 - 서태후 정동릉 이런 순으로 돌아보거나
아니면 그 반대방향으로 돌아보는 것이 이동하기 편리하다.
건륭제의 유릉
서태후의 지하궁 입구
정동릉
생전과 달리 사후에는 서쪽에 동태후, 동쪽에 서태후가 잠들어 있다.
청나라의 강건성세를 열은 강희제의 경릉
이렇게 청동릉을 둘러보고..
이제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
역시나 여기서 매표소 입구까지 뚝뚝이 처럼 생긴 현지 3륜택시(Pedicabs)와 흥정을 했지만
너무 비싼 요금을 부르기에 한참을 망설이며
우선은 또 무작정 걸었는데,
다행히도 마을버스 처럼 보이는 버스가 지나가길래 무조건 손들고 세웠다.
정말 운좋게도 준화시로 가는 버스라고 한다.
와..재수 요금도 8원이었나?
무지싸다..오~예!!
드디어 준화시에 도착
그러나 시내에서 차가 엄청 막히기 시작하고..
도로 중간중간에 공사중..
정말 신호를 지키는 차량이 없고...
갑자기 버스 운전기사가 뭐라뭐라 하더니..사람들이 우루루 다 내린다.
도로 공사중으로 차가 더 이상 못간다?
뭐 이런 것 같은데..난 또 당황하여 처잔에 가야한다고 하니깐 한 젊은 친구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준다.
근데..그 택시 정식 택시가 아닌듯.
택시 표시도 없고, 그냥 일반승용차인데 택시영업을 하는듯..
그리고 버스터미널을 찾아가는데..
헐..길 막힌다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더니 그 길이 또 공사중으로 막혀있어서 다시 돌아가고
그러다 빠른 길로 간다고 다시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막다른 골목이라 오도가도 못하고
내 참
정말 울고 싶다.
말도 안통하고..도대체버스 터미널이 어디 있는지..
준화시기차객운참(遵化市汽车客运站)
정말 돌고 돌아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간판을 보니 기차객운참이라고 되어 있어서 철도역인가 싶었는데,
보니깐 버스를 보고 기차(汽車)라고 한다.
그러나...
사진에서 보다시피 터미널은 문을 닫았다.
헐~
뭐냐고..뭔데 터미널이 이렇게 문을 닫았냐고..
주변에 막 문을 닫을려고 하는 여행사가 있길래 영어가 통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저녁 6시면 문을 닫고, 기차도 지금 이 시간에는 베이징으로 가는 것이 없다고 한다.
아이고..
나 이제 국제 미아 되는 것이여?
나 준화시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고, 잘 곳도 없는데..
도저히 지금 베이징으로 돌아갈 길이 없다고 판단이 되자,
숙박업소를 찾아봐야겠는데
알수가 있나?
그래서 PC방이 보이길래 들어갔는데..
애고..난 외국인이라고 못쓰게 한다.
정말 손짓발짓 애걸하면서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중국은 검열때문에 신분증이 없으면 안되는 모양이다.
컴퓨터에 앉아도 봤지만, 중국 신분증 번호를 입력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여권을 보여줘도 안된다고 한다.
아..어떡해!!
차오판
하루종일 걸어서 몸도 지치고, 말도 안통하는 이 중국 깡촌에서
지금 국제 미아가 되게 생겼는데
그래도 배는 고파온다..
음식 이름을 모르니 제일 만만한 볶음밥을 시켰다.
하지만 이것도 순조로운 것이 아니라서 뭐라고 자꾸 물어보는데 알수가 있어야지..
식당 아줌마, 주방장 총각, 주변 길거리 손님들 전부다 내 옆에 둘러싸고
신기한 듯 쳐다보고..
아씨..결국 시킨게 위 요리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무섭게 느껴졌던 그들이 대충 내 상황을 알고
엄청 친절하게 잘해준다.
게다가 역주변에 숙박시설이 많이 있다고..거기가서 알아보라고 한다.
별것 아닌 친절함에 살짝 눈물이..
대륙의 메뉴판
이 조그만 식당에서 정말 파는 음식 많다.
사진이라도 있으면 보고 시킬텐데..
중국은 큰 식당가도 어딜가나 다 메뉴가 이렇게 한자로만 되어있다.
준화시 버스터미널 앞 거리
다행히 버스터미널 옆이라 몇몇 숙박업소가 보인다.
너무 비싸면 어떡하지
걱정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숙소의 직원들
다행히 숙박업소 요금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하룻밤 숙박에 100원이라고 한다.
다행히 간단한 영어가 통해서 이래저래 얘기도 하고
오늘 고생한 얘기를 그들에게 틀어놔서 금방 친해졌다.
방내부
다음날 아침
베이징으로 넘어가기 위해 부랴부랴 서둘러 일어나서
길거리에서 대충 아침을 때우고 베이징가는 표를 구입했다.
그제서야 안도가 된다.
길에서 산 호떡
맛있어서 한입 베어물고 사진하나 찍었다.
준화시에서 베이징까지는 무려 4시간이나 걸렸다.
중간에 사고가 나서 길도 막혔고
뭐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으니 항상 사거리가 되면 서로 차가 뒤엉켜있다.
이 트럭 사고가 나서 길 한가운데를 이렇게 막고 서있다.
직진하는 도로에 이렇게 가로로 차들이 들어와 있다..ㅋ
역시 중국
교통질서는 무조건 안지킨다고 봐야한다.
어쨌든, 드디어 베이징 스후이역에 다시 도착
스후이역은 시골에서 올라오는 버스터미널이라
촌에서 올라온 중국인들이 지하철 승차권 발권 기계를 사용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 청년인데도 동전을 넣어야 하는 기계 앞에서 지폐들고 어쩔 줄 몰라하길래
내가 동전 넣으라고 설명까지 해주고..ㅋㅋ
한번 개고생하고 다녀와서 그런지 뭐 이제 중국여행 무서울게 없다.ㅋ
이든의 배낭기 EDEN @ WLSHIR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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