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각사 입구
은각사는 입구가 참 아름답다. 양쪽으로 높은 나무울타리 때문에 짧은 미로를 걷는 듯..
은각사(銀閣寺)
이게 모레로 만든 것이라는데, 일본의 정원은 참 독특하다.
이러다 비오면 어쩐다냐?
왠지 발자국을 한번 남겨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ㅋ
하지만 잘못해서 나라망신 시키고 싶지는 않으므로 실제 밟지는 않았다.
뒤 건물은 은각사의 본당이다.
금각사와 더불어 교토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절 중의 하나가 은각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은각사의 정식명칭은 히가시야마지쇼지(東山慈照寺)이다.
줄여서 지쇼지..어쩐지 구글 지도를 찾아봐도 은각사가 나오지 않더라.
구글지도로 본 오늘날의 교토
교토는 794년부터 1868년까지 무려 천년 이상 일본의 수도였지만
일왕이 그 기간동안 계속 통치를 한 것은 아니라 중간에 우리나라 무신정권처럼 막부가 통치를 했다.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는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尊氏)가 막부를 세운 1336년부터 1573년까지의 기간으로서
무로마치는 그당시 쇼군의 거주지가 있던 곳의 지명으로 이로 인해 무로마치 막부라고 부르게 되었다.
(위 지도에 표시해 놓은 곳으로 현재 도시샤대학의 신마치 캠퍼스 자리라고 한다.)
그리고 은각사를 세운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는 이 무로마치 막부의 제8대 쇼군이며,
그의 조부인 아시카가 요시미쓰가 만든 금각사를 본떠서 만든 것이다.
지쇼지 은각(銀閣)
뭐야? 은각사라고 했는데, 은이 아니네?
근데, 이 은각사를 세우게 된 것은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그닥 정치에 관심이(무능했거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시마사는 정실부인인 히노 도미코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있었으나 일찍 죽는 바람에 후계가 없었다.
때문에 승려가 되었던 친동생을 불러들여서 후계자로 삼았는데, 그 다음해에 도미코가 아들 요시히사를 낳는다.
(아니? 둘째를 볼 수 있는 창창한 나이에 왜 동생을 급하게 후계로 정했데?)
당근 부인은 아들을 다음 쇼군의 지위에 올리고 싶을 것이고, 이 후계자 문제때문에 세력이 나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도 요시마사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문화적 취미에만 탐닉해서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했다.
결국 이러한 여러문제 때문에 오닌의 난이 발생했고, 그 규모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쇼군의 거주지였던 하나노고쇼도 이때 불탔고, 요시마사는 별장으로 지었던 이 은각사에 가서 머물게 된다.
물론, 이 난 때문에 은으로 칠갑을 하려고 했던 은각사는 현재까지 한번도 은칠을 한적은 없다.
로쿠온지 금각(金閣)
위 사진은 이전에 교토를 방문했을 때 찍은 것인데, 금각사는 은각사와 달리 금칠이 되어있다.
금각사 또한 정식 명칭은 로쿠온지(鹿苑寺)인데, 이 또한 오닌의 난때 불에 타서 여러번 연소되었다가
1950년 또라이 수도승이 불을 질러서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금각사는 1955년 재건축된 것이다.
그런데..그런데..
자료를 찾다보니 금각사의 정식 외래어 표기는 '긴카쿠지'이다.
그런데 은각사의 정식 외래어 표기도 '긴카쿠지'이다.
이상하네?
일본어를 찾아보니 금각사는 きんかくじ, 은각사는 ぎんかくじ 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첫글자가 다르다.
일본에서는 위 단어를 영문표기할 경우, 각각 Kinkakuji, Ginkakuji로 한다.
따라서 일본사람들은 분명 위 두 단어를 다르게 발음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똑같이 쓸까?
조사해보니 이는 우리나라의 외래어 표기법 때문이었다.
한국어의 경우, 어두에 오는 ㄱ,ㄷ,ㅂ은 그대로 발음이 안되고, 약간은ㅋ,ㅌ,ㅍ과 가깝게 발음된다.
예를 들어, '밥'이라고 발음할때 초성의 ㅂ 과 받침의 ㅂ 발음은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엔 부산의 영문표기가 'Pusan'이었다. 김해도 'Kimhae' 이렇게 표기했었고,.
특히, 사람 성의 경우, 여전히 김씨는 Kim, 박씨는 Park라고 쓰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명의 경우는 현재 각각 Busan과 Gimhae로 바꼈다.
그 바람에 부산국제영화제도 PIFF에서 BIFF로 바꿔야 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어쨌든, 한국어의 이러한 현상 때문에 '긴카쿠지'라고 해도 실제 발음은 '킨카쿠지'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어 표기의 경우, 어두에 오는 ㅋ, ㅌ은 ㄱ,ㄷ으로 적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동경(東京)의 경우 '도쿄', 경도(京都)는 '교토'라고 적는다.
같은 경(京)자임에도 어두에 오는 교토에서는 '쿄'가 아니라 '교'로 표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각사가 '킨카쿠지'가 아니라 '긴쿠카지'가 된 것이라고 하는데,
막상 금각사, 은각사 모두 '긴카쿠지'가 되는 현상을 보면 또 이해가 안되고..
그렇게 따지면, 부산은 왜 그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Pusan에서 Busan으로 바꿨는지 모르겠다.
위 발음규칙에 따르면 Pusan이라는 영문표기가 더 맞는데 말이다.
은각사는 뒤쪽 언덕으로 한바퀴 돌아볼 수 있게 산책길이 나있다.
언덕에서 바라본 은각사
은각사 입구는 여러 상점들이 쭉 들어서있다.
사케맛 나는 아이스크림도 판다고 하는데, 난 힘들어서 더 둘러볼 여력이 없다. 이제 버스타고 돌아가자!
이것으로서 야사카신사에서 시작해서 은각사까지 도보여행은 끝.
이든의 배낭기
에필로그
은가루가 들어간 사케
일본친구가 사가지고 왔는데, 은각사에서 샀다는 것인지 은각사 앞 골목 상점에서 샀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은각사라고 사케에 이렇게 은을 넣어서 판다. 근데 은 먹어도 괜찮나?
자매품: 샴페인처럼 만든 사케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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