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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높임법 표'를 보고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

Eden Choi 2016. 9. 2. 03:28



얼마 전 외국인 학생이 나에게 '네, 그렇게 합시다.'라고 대답했는데, 이게 응근 기분이 나쁘다.

나이 한참 어린 학생이, 그것도 내가 시킨 상황에서 '합시다'라고 한 표현이 말이다.

물론 그 학생은 나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합시다'가 높임이라고 알았기 때문에 존중의 표현으로 쓴 것이다.




상대 높임법



"<언어>  높임법의 하나.

일정한 종결 어미를 선택함으로써 상대편을 높여 표현한다. ‘해라체’, ‘하게체’, ‘하오체’, ‘하십시오체’, ‘해체’, ‘해요체’ 따위가 있다."


국어사전에 상대높임법으로 검색하면 위와 같이 나온다.



아래 표는 연세대학교 박사논문 박지순(2014)에서 발췌한 것이다.




그런데 위 표를 보면서 의문이 생긴다.

우선 상대 높임법 표가 책에 따라 조금씩 그 예가 다르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한다 / 하십니다' 형태는 있는데, 빈번하게 사용되는 'ㅂ니다' 형태인 '합니다'가 없어서 이것은 어디에 속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 질문을 했는데 오늘 답변이 왔다.




국립국어원의 대답은 'ㅂ니다'는 합쇼할 자리 즉 '하십시오체(=합쇼체)'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위 답변에 의하면 위 '중학교 국어 5'에 나오는 표는 아래와 같이 'ㅂ니다'도 '하십시오체'에 병행해야 한다.





형태의 일관성을 생각하면 각각 '갑니다, 갑니까?, 가시오, 갑시다' 이렇게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많이 헷갈린다.


'간다 -> 갑니다 -> 가십니다' 이렇게 하면 형태가 일정하게 변해서 설명하기 편하지만

상대 높임법은 '간다 -> 가네 -> 가오 -> 갑니다(또는 가십니다)형태로 높아지니 형태를 설명하기는 너무 어렵다. 



그리고 포스팅 시작하면서 던졌던 의문 윗사람에게 청유할 때 높임인 '합시다'


상대 높임법의 분류에 의하면 'ㅂ시다'는 예사높임말에 들어가는데,

실제 현실 언어에서는 윗사람에게 'ㅂ시다' 형태를 사용하면 어색해진다.


'사장님, 갑시다.'

심지어 더 높임말인 '사장님, 가십시다.' 이렇게 얘기해도 청유법에서는 이게 높임말처럼 안 들린다.

그래서인지 위 중학교 국어 5 표에서도 하십시오체의 청유법은 '-시지요'형태인 '가시지요' 이렇게 표시해 놓았다.


그런데..'-시지요'도 뭔가 어색한게, 격식체가 아니라 비격식체에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위 표의 비격식체에 '가, 가지' 등은 반말로 나와 있다.

그럼 거기에 '가요, 가지요' 처럼 '-요'를 첨가하여 비격식체의 높임말이 되었다.

따라서 '가시지요'는 거기에 다시 한번 더 선어말 어미인 -시-를 넣어서 '가시지요'가 된 것으로 보이므로

비격식체로 봐야하지 않을까? (가지 -> 가지요 -> 가시지요)

하지만 국어사전 찾아보니 '-시지요'는 격식체인 합쇼할 자리에 들어가는 단어라고 나온다.


외국인 학생들은 규칙에서 벗어나면 굉장히 어려워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상대 높임법을 공부하면서 일정한 규칙을 찾고자 했는데, 아~ 더 헷갈린다.


마지막으로 비격식체로서 '하세요'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되는 형태의 종결어미인데,

'하세요, 해요' 모두 '해요체'로 분류되어 있으니 이것도 또 많이 헷갈릴 듯.


어쨌든 지금의 상대높임법 표를 이용해서 실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는 없다.


그래서 난 기본형은 '하다'이고

격식체는 한다-합니다-하십니다, 비격식체는 해-해요-하세요 형태로 가르친다.

이게 편하고 더 잘 기억한다.

받침이 있는 '앉다'로 예를 하나 더 들면,

앉는다-앉습니다-앉으십니다/앉아-앉아요-앉으세요


그리고 격식체에서 청유법의 높임은 따로 없다고 가르친다.

실제 현실에서는 나보다 어른에게 '합시다. 하십시다'는 사용하지 않고,

 ~하는 게 어떠십니까?/어떠세요? 등 아예 다른 형태로 돌려서 물어보기 때문이다.



이든의 배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