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Mexico

여자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 Isla Mujeres

Eden Choi 2007. 8. 27. 01:30

 Isla Mujeres

이슬라 무헤레스

(여자의 섬)

 

얼마나 여자들이 많기에 섬이름이 '여자의 섬'인가?

어쨌든, 왠지 모를 설레임과 기대감에 한껏 맘이 부푼다.ㅎ

한 달이 넘는 멕시코 여행 동안 배운 것은 스페니쉬요, 늘은 것은 첨 보는 사람 친한 척 하기가 아닌가?

뭔가 낭만적인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느낌을 떨칠 수가 없이

여자의 섬을 향한 나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푸에르또 후아레스 선착장 Puerto Juarez

 

이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 코스가 있지만,

 고속보트가 운행하는 푸에르또 후아레스로 가라고 호스텔 직원이 안내해 준다.

깐꾼 시내에서 약 4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다만, 버스가 그렇게 자주 다니지 않으니 시간표를 잘 알아보자.

 

 

 

 

선착장에서

저기, 저 노란 배가 날 여자의 섬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와우~ 기대만빵

 

 

 

 

 

드디어 여성의 섬에 도착
오호~ 바다빛깔 좀 보소.. 죽인다.

선착장에 내려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마냥 해변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여자의 섬이라고 했는데...

기대했던 쭉쭉빵빵 s라인 여자들은 보이지가 않는다.

물론, 하얀 백사장에 터키색 바다 빛깔이 이루 말할 수 없도록 아름답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전부 유럽이나 미쿡에서 건너온 서양 할배, 할매뿐.

 

 

 

 

나중에 갔다와서 블로그 정리하면서 알고 보니,

이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는 

너비 1km에 길이 8km정도 되는 그리 크지 않은 섬으로,

스페인 식민자들이 이 곳에 도착했을 때,

마야 여인 조각상을 발견된데서 붙혀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럼, 뭐야? 나 낚인거야? 그런거야?   

 

 

 

 

 

 

 

그래도 이곳까지 왔으니 발길 닿는대로 계속 걸어가 보기로 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호텔이 보인다.

음..지도를 보니깐..음..완전 해변 하나를 다 걸어왔네..

물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뭔가 미련을 아직도 떨쳐버릴 수가 없지만,

깊숙히 들어갈수록 인적조차 드물다..

 

 

  

  

 

 

 

혼자놀기의 진수 : 모래성

 

사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가를 함께 거닐며 만끽할 친구만 있었어도,

이 곳에 더 오래 머물렀을 지 모르겠다.

자전거를 빌려 섬의 남단에 있는 마야 유적지까지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자의 섬에는 대부분 관광온 서양 할아버지 할머니 뿐이고,

어쩌다 보이는 젊은 여행객들은 다들 쌍쌍이다.

 

혼자 만든 저 모래성도 파도가 밀려오면 쓸려내려가겠지..

갑자기 나도 그렇게 쓸려 내려가는 것만 같다.. 

 

 

 

 

혼자 놀기의 진수 2 : 셀카

 

 

혼자 여행하다 보면 손바닥만한 삼각대가 요긴하게 쓰인다.

들고 다니기 편하고, 언제든 꺼내서 이렇게 셀카를 찍을 수 있으니깐.

계속 궁시렁 거렸지만, 이제는 나름 사진 찍는데 재미를 붙혔다.

혼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 포즈 저 포즈 다 취해본다.

혼자서 저렇게 카메라 세워놓고 찍고 있으니, 지나가는 백인 아줌마가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하면서 말을 건넨다..

어딜가나 이렇게 종종 혼자서 찍고 있으면 백인 아줌마들은 사진찍어주겠다고 그런다..

아직 백인 아저씨가 먼저 찍어주겠다고 한적이 없는 걸 봐서는 내가 나름 아줌마한테는 인기 있는가 보다..ㅋㅋ

사실 한국 같으면, 혼자서 사진 찍는 일도 드물겠지만,

있어도 선뜻 모르는 사람에게 사진찍어 주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모르는 사람끼리도 쉽게 아는 척하고 도와주려는 그들의 문화는 꽤 좋은 듯 하다.

 

 

 

 

호텔을 너머 해변을 넘어가니 아예 바위투성이다..

내 마음도 바위투성이다..

저 멀리 대서양의 수평선만이 마음의 고요를 외칠 뿐이다.

 

 

 

 

 

너무 깊숙히 들어온 것 같아 다시 왔던 길로 돌아나가는데..

아이고 지친다..다리고 아프고..

그래서 저 의자에 앉아 잠시 쉬려고 하니, 어느샌가 사람이 와서는 돈내야 한다고 한다.

하긴 세상에 공짜가 있으랴..

미안하다 하고..그냥 모래밭에 앉았다.

처량하다..

 

 

 

 

 

  

 

 

이렇게 오늘 하루 나의 여자의 섬 방문은 끝나버렸다.

섬을 한바퀴 돌아보려는 나의 계획은 그만 외로움에 포기되어 버렸고,

모닥불 피워놓고, 이국의 밤을 즐겨보려는 나의 꿈은 저 물 빛깔만 죽이는 해변가 파도에 다 휩쓸려가 버렸다.

 

나중에 메일을 받았는데,

깐꾼에서 만난 캐내디언 Darcy가 이 곳 칵테일바에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그 녀석 불법으로 멕시코들어 왔는데, 용케도 일자리를 구했다.

불법체류하면 문제되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나한테 자랑스럽게 멕시코 입국 스탬프도 없이 여기 들어왔다고 여권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하긴..멕시코인들이 미국에 들어가는 것은 힘들어도 캐나다인이나 미국인이 육로로 멕시코들어가기는 정말 쉬운듯 했다.

사실 영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남의 나라에서 쉽게 일을 구할 수 있는게 부럽기도 했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이든의 배낭기  

 

 

그래도 이제 남미로 간다..

하지만 페루 리마 도착 첫날 부터 소매치기를 당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