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Peru

콜라한잔 들고 마추픽추 걸어서 내려오기

Eden Choi 2007. 10. 21. 00:49

 

자..저 아래까지 이제 걸어서 내려간다.

저 산봉우리를 돌아야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가 있는 아구아깔리엔떼스가 있으니깐..

 

지그재그로 난 길이 아구아깔리엔테스에서 마추피추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다.

거의 모든 관광객은 저길 셔틀버스를 이용해 왕복한다.

왕복 12$..ㅋ

난 그 돈 좀 아껴보겠다고 셔틀버스를 안타고 걸어서 내려가기로 맘먹었다.

 

이곳에는 특별한 알바가 있다.

마추피추 입구에서 버스가 출발하면, 원주민 아이들이 관광객을 향해 손을 흔들며 버스를 따라온다.

버스가 저 길을 돌아서 내려오면, 아까 그 아이들이 또 손을 흔들고 있다.

다시 버스가 한코스 돌아서 내려오면, 또 그 아이들이 손을 흔들고 있고..

그렇게 버스가 산아래로 다 내려갈 때 까지 그것을 반복한다..

아이들은 버스가 내려가는 것에 맞추어 산길을 가로질러 내달린 것이다.

온통 땀범벅이 된 그 모습을 보면 약간의 돈이나마 안줄 수가 없따..

 

자..그럼 오늘은 한 동양인 알바를 보게 될 차례이다..ㅋㅋ

 

내려오는 길에 본 와이나픽추

 

마추픽추와 콜라

 

우선 목마를테니 마추픽추 입구의 매점에서 콜라 하나 샀다.

역시 마추픽추에서 파는 콜라는 엄청 비싸다.

자연보호 차원에서 저걸 함부로 버릴 수 없어서 난 끝까지 들고 내려왔다.

 

그러나

나의 알바는 시작하고 몇 분도 채 안돼 포기해야만 했다.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셔틀버스를 따라 손흔들기 신공을 보여주려 했었지만..

이게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보다..

손 흔들고 떠난 버스는 이미 저 아래로 내려가고 없고..

그 사이 몇대의 버스가 더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버스가 지나갈 때 마다 손을 흔들었지만, 매번 다른 버스이니 돈벌기는

애시당최 물건너갔다.

 

 

원주민 아이들이 어떻게 버스보다 빨리 산아래로 내려가는지 궁금했는데,

보니 중간에 가로질러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그래도 버스에 맞추어 내려가는게 여간 고난이도가 아닐텐데..

아이들이 대단하기만 하다..

 

신고 있는 저 샌들..

2005년 인도여행에서 부터 함께 했었다.

운동화가 좋긴 하지만, 최대한 짐을 줄여야하겠고, 장기간 배낭여행이니 운동화를 매번 빠는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냄새때문에 안빨고 다닐 수도 없고..

단점은 추운 곳에서는 신기 어렵지만 뭐..양말 두켤레 신기로 가뿐히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

게다가 주로 더운 나라들을 여행한 나로서는

더러워져도 씻기 편하고, 간편하고 여러모로 강추다..

이번 남미여행을 끝으로 신발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신을 수 없게 되었는데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왠지 그동안의 여행 발자국이 저기 다 새겨져있는 것 같아서..

 

 

중간쯤 내려왔을 때, 엄청 비가 쏟아진다. 아이고.

우산도 없고..사람도 아무도 없고..숲은 우거져 뱀이 나올 것도 같고..

게다가 산길이라 어딘지도 모르겠고...

아~ 마추피추에서 국제미아가 되는가 보다..

 

휴우..

중간에 비를 피해, 한참을 돌아내려오다 보니..

거의 1시간이 넘게 걸려서 산아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이 높다보니 날씨가 정말 변덕스럽다..

아침나절 마추피추 오를때만 해도 햇빛이 너무 강열해 더울지경이었는데,

한차례 쏟아부은 소나기로 오싹 추워지고,

저 우루밤바 강은 성난 파도를 일으키며 내려가고 있다.

 

 

정말 산 아래에서는 마추피추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누가 저 위에 화려한 잉카의 잃어버린 도시가 있을 지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아구아깔리엔떼스에 도착.

옷도 젖고..

빨리 숙소로 돌아가서 따뜻한 코카티 설탕 팍팍 타서 먹고 싶다..

 

이든의 배낭기 THE GARDEN OF E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