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방에는 칠레와 베네수엘라에서 온 아가씨들이 장기로 숙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라고 레꼴레따에 간다길래 나도 끼워달라고 했다.
사실 따라간다고 나섰지만 이곳이 어디인지도 몰랐었다.
설마 레꼴레타가 공동묘지 이름인줄 어떻게 알았겠나?
알고 보니 꽤나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음..
여행초반에는 론리플래닛 가이드북도 열심히 읽고, 다음 계획도 세우고..막 그랬는데..
이제는 그냥 숙소만 정해지면 나머지는 몸가는대로, 마음가는대로 돌아다닌다.
그러다 보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대해선 내가 너무 모르고 갔다.
도대체 아는게 없다.
그나마 운이 좋았던 것은 옆방 아가씨들이 무척이나 친절해서, 이러저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Cementerio de la Recoleta
'레꼴레따'
레꼴레따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동묘지이다.
아르헨티나의 정부관료와 유명인사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무덤이라고 해서 응근 우리나라 공동묘지를 생각했었는데,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다.
그리고 조그만 각각의 건물들이 한 가족의 무덤이라고 한다.
납골당처럼 화장을 해서 모셔놓았는가 했는데.. 허걱 그것도 아니네..
문이 잠겨서 내부를 볼 수 없는 곳이 대부분 이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창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수십년이 된 관이 저렇게 차곡히 쌓여져 있다.
물론 안에는 시신이 있겠지..
오싹하다.
대부분 무덤관리가 잘 되었지만, 이곳 처럼 관리가 안 된 곳도 있었다.
살짝 건들기만 해도 시신의 팔 한짝이 덜컹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죽어서도 신분의 격차는 있는 듯 하다.
이곳엔 아무나 묻히는 것이 아니라, 주로 아르헨티나의 유명인사들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장군, 유명한 시인 등...
그리고 가장 한국인에게 알려져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에바페론(Eva Peron)의 무덤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미국가수 '마돈나'가 그녀의 삶을 그린 뮤지컬 '에비타(Evita)'로 유명한데, 에바페론은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도밍고 페론(Juan Domingo Peron)의 두번째 부인으로 1946년 퍼스트 레이디가 되어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여러 복지정책을 취해서 국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게 되었지만, 1952년 암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국민들의 추앙을 받던 그녀의 시신은 방부처리 되어 대중에 공개되었으나 1955년 군부 쿠테타가 일어나 후안페론이 실각하고 군사정부가 들어서는데,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그녀의 시신을 빼돌려 무려 16년간이나 이탈리아에 숨겼두었다. 그리고 다시 군사정권이 실각하면서 이후 스페인으로 망명해 있던 후안페론에게 에바페론의 시신은 보내지고, 1973년 다시 후안페론이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으로 집권하게 되면서 시신은 아르헨티나로 돌아오게 된다. 후안페론은 망명시절 3번째 부인으로 이사벨 페론을 맞이했는데, 대통령으로 재집권하면서 그녀를 부통령으로 앉힌다. 그리고 1974년 후안페론이 고령으로 사망하자 43세의 나이로 이사벨 페론이 서양세계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된다. 이후 이사벨 페론은 에바페론의 시신을 지금의 장소인 라꼴레따 듀에르테 가족무덤에 안치함으로서 죽어서도 제대로 한곳에 머물지 못했던 그녀가 이곳에서 영원한 안식처를 가지게 된다. |
무덤창에 비친 스테인드 글라스가 하늘에서 비추듯 망자를 달래고 있다.
이든의 배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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