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China

공자가 오른 길을 따라 태산에 오르다

Eden Choi 2011. 10. 30. 01:31

 

 

인도네시아 여행사진 정리하다가 예전에 중국 태산에 오른 사진을 보게 되었다.

급 옛생각이 나서 다시 한번 그때를 기억하며 정리해 보는데..

사실, 태산 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그때 중국 여행중에 만난 조선족 친구인 준우이다

그 뒤로 계속 연락하며 지냈는데, 어느날 갑자기 연락두절

메일도 없어져 버리고, 전화도 안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걱정된다..

 

 

 

천외촌

 

이곳 천외촌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 케이블카로 올랐다면,

뭐 그리 어렵지 않게 태산 정상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청도에서 6시간 기차를 타고 이 곳 산동성 태안시까지 왔는데,

저 태산을 내 발로 걸어서 올라가고 싶었다. 이번 여행은 일정이 짧아서 버스를 이용해서 빨리 봐야,

다음날 곡부까지 가서 공자묘를 볼 수 있었지만, 태산을 걸어올라가는 것이 더 기억에 남을 듯 하여,

곡부행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로 했다.

 

 

참고로

중국 5대 명산을 오악(五岳)이라 하는데,

동은 태산[泰山],  서는 화산[華山],  남은 형산[衡山],  북은 항산[恒山], 그리고 중앙은 숭산[嵩山]이다.

망악은 오악중에 으뜸이라 하는 태산을 보며 당나라 시인 두보가 지은 것이다.

사실, 태산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리나라의 '태산이 높다하되'라고 시작되는 시조였는데,

당연 옛글이니 한자말이 있을 줄 알고,

태산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만난 이 중국아가씨에게 부탁을 해 보았는데,

우리나라 시조를 중국 사람이 알리가 없다. 그래서 이래저래 태산에 관련된 시 한수 부탁하니,

저 '망악'이라는 두보의 시를 소개하며 나에게 읽어준다.

 

 

 

 

 

망악 望岳 - 두보 杜甫

 

 岱宗夫如何?齊魯青未了。대종부여하 제노청미료

造化鐘神秀,陰陽割昏曉。조화종신수 음양할혼효

盪胸生層雲,決眥入歸鳥。탕흉생층운 결자입귀조

會當凌絕頂,一覽眾山小。회당릉절정 일람중산소

 

 

태산은 어떻하더냐? 제와 노에 그 푸르름이 끝없이 이어지고,
조물주의 신령함을 여기 다 모아, 어두움과 밝음이 밤과 새벽을 갈라놓았네.
층층히 쌓인 구름 가슴을 설레이며, 두 눈을 부릅뜨면 가는 새들 들어온다.
언젠가 반드시 정상에 올라, 뭇산들의 자그마함 굽어보리라.

 

 

 

 

 

나의 태산 등반로 泰山中路

 

역대 중국 황제들이 봉선의식을 지내던 '대묘'에서 시작해

이 길로 바로 중천문까지 오른 다음,  거기서 하룻밤 자고, 아침 일찍 태산의 정상인 '옥황정'까지

공자가 올랐다는 그길로 해서

1박2일로 등반하는 태산중로 코스를 잡아봤다.

뭐, 태안시에서 대묘를 보고 걸어올라가려면 달리 다른 길도 없지만..

 

 

 

 

 

'대묘'를 지나 계속 발걸음을 옮기니,

 태산을 향한 첫 시작인 이 길이 나를 맞이한다.

 

 

태산입구에서 준우랑

 

 아침 일찍 부터 서둘러 청도에서 왔는데,

어느덧 태산을 오르려고 하니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더니..

태산의 첫번째 관문인 일천문을 지나니 날은 아예 깜깜해져 버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차안에서 팔던 손전등을 사는 것인데, 아쉽네.

 

 

 

 

孔子登臨處

공자등임처

 

孔子登东山而小鲁 登泰山而小天下

맹자가 말하기를 '공자가 동산에 오르니 노나라가 작아보이고,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보인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 곳이 공자가 태산을 오르기 위한 첫 시작이라 해서 공자등임처가 되었다.

 

 

 

 

 

 

오른 쪽 사진 홍문은 태산의 두번째 관문인데, 여기까지 태산 입장을 관리하는 매표소가 없길래,

태산을 걸어서 등반하는 것은 따로 입장료가 없는가 보다 했다. 중국은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입장료가 엄청 비싸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그 생각은 잠시 행복한 착각이었고, 조금 더 올라가니 떡 하니 매표소가 버티고 있다..

다행히 국제학생증을 보여줬는데, 학생할인이 된다고 한다..

보험료 포함해서 120원(한화 약 15,000원)이 조금 넘었는데, 할인받아서 62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쨌든, 그 돈이면 중국 물가를 생각했을 때, 입장료가 싼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중국인들은 여전히 그들의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만큼 태산이 주는 신성함은 중국인들에게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듯 하다.

 

 

 

 

 

달빛이 아름답다..이 때가 저녁 8시 쯤이었는데도, 아주 깊은 한밤중인 듯 싶다..

가로등도 없는 태산의 등산로를 저 달빛에 의지하여 올라간다. 

 

 

 

 

 

 

 

소원을 비는 쪽지와..

 

 

그들의 존재를 지켜주는 위인들이 공존하는 곳 태산

 

어느덧 그렇게 밤길을 걸어 중천문에 도달했고,

여기서 하룻밤을 묻고,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오르기로 한다.

 다행히 중천문 근처에는 여러 숙박시설이 있어서 숙박에 어려움은 없다..

다만, 요금을 잘 깎아야 한다..

방하나에 첨엔 160원 불렀는데, 나중에는 50원에 둘이서 머물 수 있었다.

태산은 원래 일출이 유명하다고 해서, 우리도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근데..허걱 일어나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아니 이곳에 나같은 사람이 많은가?

어떻게 알고 미리 '중천'문이라고 했을까? ㅋ

 

 

 

 

 

중천문

 

 

  

 

 

 

천외촌에서 버스를 타면 저 곳까지 편하게 올라올 수 있다.

여기서 다시 케이블을 타면 남천문까지 단번에 오를 수 있지만,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정상까지도 걸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케이블카 요금은 물어봤다..40원이란다.

아냐아냐..그래도 태산은 걸어서 올라가야...케이블카의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는 걷기로 결정했다.

 

 

 

 

어제는 밤이라 올라올때는 거의 사람들을 볼 수 없었는데,

 여기 중천문에서 부터는 많은 등산객을 볼 수 있다. 

 

 

 

 

태산전병 泰山煎餠

 

 중국식 발음으로 '지엔빙(jianbing)'이라고 하던데, 역시 중국이라 전병도 엄청 크네?

밑에 회전판을 몇 번 돌리면 금방 하나 만들어진다.

가격도 저렴하고, 마지막에 커다란 대파도 넣어준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대파마저도 맛있다.

 

 

 

 

 

 

참운검

 

글자 그대로 구름을 가르는 검인데, 뒤에 서 있는 바위를 지칭하는 것이다..

근데, 구름을 베기에는 칼이 약간 무뎌보인다..음.

 

 

 

 

 

 

 

 

운보교

 

 

 

 

쉬었다 가자!  

중간에 잠시 쉬어갈 수 잇는 휴게시설이 나오자 그냥 털썩 주저 앉는다.

중천문에서 이곳까지 곧장 올라왔는데..아이고..숨차..

계속 걸어서 그런지 금방 배가 고프다. 여기서도 전병 하나 시켜먹고

그 검은색 삶은 달걀도 있던데, 왠지 썩은 것 처럼 보이니 솔직히 손이 가지 않는다.

준우가 몇개사서 먹으보라고 권하길래 하나 먹었는데, 영..내 입맛엔 안맞다.

그냥 전병이 최고 짱..ㅋ

 

 

 

 

저 멀리 절벽에다 저렇게 글을 새겨 놓았다.

태산 곳곳에 글씨들을 새겨놓은 '마애'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한자를 잘 알아 그 뜻을 안다면 또 다른 매력이 될 듯 하나

어쭙잖은 나의 한자 실력으론 아무래도 역부족

 

 

 

관광객을 상대로 이것저것 물건을 파는 사람들..

왠지 그들의 삶이 애처로워 보인다.

 

 

 

 

 저렇게 어깨에 걸쳐 온갖 물건들을 태산의 정상까지 실어나르고 내리고 한다.

난 겨우 여기까지 와서 힘들다고 징징거리는데,

저들은 이곳이 삶의 터전이다. 감히 힘든 표정을 짓기가 어렵다.

 

 

 

 

용문

 

용문은 태산 등반의 최대 난코스인 십팔반의 시작이다.

좀 전만 해도 힘들게 짐을 실어나르는 중국인 짐꾼들을 보며

내 마음을 다잡았는데, 위를 쳐다보니 그새 내 마음이 허물어진다.

왜 이곳을 '십팔반'이라 했는지 알만하다..

오르다 보면 절로 '18'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니깐..ㅋ

 

 

 

 

십팔반 十八盘

 

 1,633개의 돌계단으로 되어 있다는데, 무려 그 경사가 50도..헐

'십팔반'은 열여덟번 길이 굽이쳐 있다고 해서 붙혀져 이름이라고 한다.

 

근데 내가 볼때

여기 오르다 보면 힘들어서 욕이 절로 나온다고 18반이 아닐까? ㅋㅋ

 

 

 

 

왜 태산이 높다하는지 알만하다..

실제 태산의 높이는 중국의 다른 산들에 비해 그리 높은 것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물론 이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케이블카가 없던 시절에는 이 십팔반을 오르지 않고서는 태산을 오를 수가 없었을터..

이런 경사를 오르면서 아니 높다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래로 내려다 보니..까마득하구나!!@@

아..내가 여기까지 올라온거야?? 그런거야??

 

 

드디어 보인다..남천문. 고지가 저 앞이닷!

 

 

 

 남천문

 

 

 

남천문에서 잠시 시장기를 돌리기로 했다.

근데..여기 식당에 들어가니 음..식당 복무원들이 무뚝뚝한 것은 이해가 되는데,

제발 옷 좀 바꿔입었으면 좋겠다.

식당에 일한다고 다들 흰 가운을 걸치고 있는데, 전부다 땟국물이 자글자글한다..

차라리 색깔있는 옷이면 더럽다는 느낌이 덜 할텐데, 정말 중국 사람들 안씻고 안빠는 것이 사실인가 보다.

 

 

 

 

 

천가

 

글자 그대로 하늘길이다.

여기서 부터 정상이 옥황정까지는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아 등반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한쪽이 절벽으로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다. 

힘들게 십팔반을 걸어온 보람이 있다.

 

 

  

 

 

천가에서 바라본 남천문

 

 

 

 

 

이곳이 정상을 향한 마지막 관문인 것 같다.

 

 

당마애(唐磨崖)

 

양귀비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당나라 현종이 여기서 봉선의식을 할 때 새겼다고 해서 당마애이다.

 

 

 

 

 

 

 

 

옥황정 玉皇顶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옥황정 정상에는 저렇게 옥황상제를 모시는 사당이 있다.

정상에 오르니 안개가 더욱 자욱해 진다..

하지만 정상에 새겨진 태산의 높이를 보고, 흠짓 놀랐다..

'양사언'의 시조 '태산이 높다하되'에 익숙해 있던 나로서는 태산이 엄청 높은 산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태산에서 제일 높은 이 곳 옥황정의 높이는1,544m로, 우리나라 지리산 보다도 낮다.

나 지리산 천왕봉도 거뜬하게 올라갔다 왔는데, 근데 경사가 심해서 그런지 이곳이 더 힘들긴 했다.

 

 

 

 

 

옥황묘 玉皇庙

 

중국의 산은 어딜 가나 저렇게 자물쇠가 많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저렇게 자물쇠를 채운다고 한다. 물론 열쇠는 산아래로 던져버리고...

헤어질려면 다시 자물쇠를 풀어야 하는데, 절대 헤어지지 못할 듯 싶다..

열쇠를 찾는 것은 고사하고, 저 많은 자물쇠 중 어느 것이 본인것인지 어떻게 알랴.

 

 

 

 

 

 

공북석 拱北石

 

일출은 이곳에서 봐야 하는데, 이미 이곳에 왔을 때는 벌써 해가 떠도 한참은 지났다.

이 바위가 북극성을 가리키고 있다고 한다.

 

 

 

 

 

다시 산을 내려갈 때는 천가를 지나지 않고,

이 샛길을 통해 바로 십팔반으로 내려갔다.

 

 

 

 

 

홍우

 

'홍우' 한마디로 중국산 'RED BULL'이다.

나 박카스류 음료 무지 좋아하는데 이것은 왠지 믿음이 안간다.

저거 먹고 오히려 탈이 더 날 것 같은..ㅋ

 

 

  

 

레드불 대신에 오이를 몇개 사서 먹었다.

오이가 이렇게 맛있는 줄을 미처 몰랐었다.

땀흘리고 난 뒤의 오이..정말 천상의 맛이다.ㅎ

 

 

 

 

비래석

 

중국 황산 갔을 때도 바람을 타고 날라왔다는 비래석이 있었는데

여기도 있네

이 큰 바위가 날라왔다니..ㅋ 중국 사람들 역시 뻥이 장난아니다.

 

중천문에 도착해서는 버스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가이드북 사진을 보면, 천외촌도 나름 멋있어 보였고, 좀 일찍 하산에서 태안시도 구경해 보고 싶었기 때문에..

 

 

 

 

버스 종점인 천외촌

 

 

 

 

 

 

이든의 배낭기 EDEN  @ WILSHIRE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