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았다면 자전거를 빌려서 르웨탄(일월담)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이날따라 계속 주룩주룩 비
다행히 중간에 아줌마 잘 만나서 보트티켓 반값 흥정을 해서
르웨탄보트 투어를 하기로 했다.
친구 유엔이 볼일 본다고 좀 늦게 왔기에
내가 먼저 배를 타고 혼자 셀카를 이렇게 막 찍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 노부부가 나에게 말을 붙혀온다.
할머니가 꽤 유창한 영어로 이것저것 나에게 질문을 던지다가
본인들이 카메라가 없으니
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메일로 보내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별의심 없이
사진찍어주고 메일교환하고 했는데
계속되는 이 노부부의 얘기에 조금씩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비는 오지만 그래서 더 운치는 있네~
근데 이 노부부..
배를 타고 이동이라 계속 나의 옆자리에 앉아서 물어보는 바람에
매정히 피하기도 뭐해서 계속 말을 받아줬는데
듣고 있다보니 얘기가 앞뒤가 안맞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미국 영주권자로 샌프란시스코에 거주중인데 대만에는 여행왔다고 한다.
그러나 한참 얘기하다 보니 홍콩에 살다가 캐나다 이주갔다는 얘기도 나오고
나도 캐나다에 있었다고 캐나다 얘기를 하니깐
다시 미국으로 갔다가 나중에는 중국 상하이가 고향이라고 하고
뭐야?
이거이거..내가 중국 상하이 예원에서 당할뻔 했던 일과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닌가?
상하이에서 대표적인 여행객 사기로서
혼자온 여행객에게 친한척 접근
나중에 차한잔 하자고 하면서 찻집으로 데려가는데
거기서 옴팍 바가지를 씌운다고 한다.
대개 이러한 사기 행각은 거의 항상 여행객으로 가장한 2인1조였으며
영어를 잘해서 현지어를 몰라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리고 나처럼 혼자 배낭여행온 여행객들을 타켓으로 이런저런 핑계로 접근을 한다.
보통 혼자 여행하는 특히 한국인들의 경우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해, 또 혼자 여행하는 외로움으로 인해
이렇게 접근한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가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노부부도 있지만, 젊은 남매, 자매, 부부, 선생과 제자 등이라고 정말 유형도 여럿이다.
생각난김에
필리핀도 비슷한 사기 유형이 한때 유명했는데
특히, 필리핀은 건네준 음료수 등에 수면제를 타서 아예 나중에는 강도로 돌변한다고..
실제로 이 수면제 강도에 한국인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나의 경우, 상하이 예원에서, 필리핀 마닐라 베이에서, 그리고 페루 리마에서
3번 이런 일이 있었다.
다행히 2번은 의심을 품고, 그들을 피했지만
첫번째 페루에서는 그 2인1조 팀에 소매치기를 당했었다.
페루 리마 경찰서에서
이때만 해도 배낭여행초짜라 소매치기를 당한것도 여행의 추억이라고 생각할때..
덕분에 페루 경찰관들과 소매치기 당한 기념사진도 찍고..ㅋㅋ
하지만 내가 이미 이전에 이런 비슷한 경험을 많이 당했던지라
이 노부부의 접근을 결코 의심없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나마 이번에는 중국어를 하는 대만 친구와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가 내 대신 나중에 이야기를 했고,
이 분들이 기분나쁘지 않게 내가 먼저 여행잘하시라고 하고, 우리는 일부러 다른 방향으로 갔다.
난 여행중에 만난 친구들과 숙박비 아낀다고 방도 쉐어하고,
즉석해서 여행 일정도 바꾸고 했던 경험도 많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노부부는 순수한 여행객은 아닌것 같다.
그들은 분명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대만은 첫방문이며 르웨탄을 여행중이라고 했다.
만약
여러분들이 대만 르웨탄을 여행하면서
이 노부부를 만나게 된다면
그들은 사기꾼 100%임돠!
이든의 배낭기 Eden @ Wilshir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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